
선크림을 정량의 절반만 발라도 SPF 50짜리가 실제로는 SPF 12~13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몰랐습니다. 무기자차 선크림을 골라서 매일 열심히 바르고 있으니 자외선 차단은 잘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기미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제가 선크림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미가 올라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솔직히 저는 이전에 선크림을 고를 때 SPF 수치보다 성분을 더 먼저 봤습니다. 피부에 자극이 적다는 무기자차(물리적 자외선 차단제) 제품이라면 일단 합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무기자차란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같은 광물성 성분이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반사시키는 방식입니다. 화학 성분에 예민한 분들한테 추천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좋은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광대 부근에 기미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탓인가 싶었는데, 선크림을 바꾸려고 정보를 찾다 보니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바르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얼굴 전체에 선크림을 바르는 권장량은 검지 손가락 두 마디 분량, 즉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입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저는 그것의 절반도 안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비슷하실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SPF(Sun Protection Factor, 자외선B 차단 지수)는 정량을 발랐을 때 기준으로 측정된 수치입니다. 정량의 절반만 쓰면 SPF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SPF 50짜리를 반만 바르면 실제 차단 효과는 SPF 12~13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SPF 30짜리를 반만 쓰면 SPF 7~8 수준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꽤 허탈했습니다. 매일 바른다고 바른 건데, 사실상 거의 안 바른 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무기자차가 무조건 좋다는 오해
무기자차가 피부에 자극이 적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직접 써봤는데, 제가 놓치고 있던 게 있었습니다. 무기자차는 입자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모공을 막아서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감성 피부에는 맞지만 여드름성 피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유기자차(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열 에너지로 전환해 방출하는 방식입니다. 발림성이 좋고 백탁 현상이 없어서 사용감이 훨씬 편합니다. 다만 피부가 예민하거나 홍조가 있는 분들은 유기자차 성분이 접촉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바르고 나서 화끈거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드름성 피부에는 유기자차, 민감성이나 홍조 피부에는 무기자차를 권장하는 겁니다. 이 둘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선크림은 무기자차와 유기자차가 혼합된 형태입니다. 문제는 두 성분의 배합 비율을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조사가 구체적인 비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NS 후기나 마케팅 문구보다는 여러 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내 피부에 맞는 걸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테스터를 활용해 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SPF가 높으면 모공을 막아서 트러블이 생긴다는 말이 인터넷에 꽤 퍼져 있는데 이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SPF 수치 자체가 모공을 막는 게 아니라 무기자차 성분의 양이 많을 때 모공이 막히는 것입니다. 유기자차 성분을 많이 쓴 고SPF 제품은 오히려 트러블이 덜합니다. SPF와 성분은 별개로 봐야 합니다.
실내에서도 바르는 게 맞는 이유
저도 한때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에는 선크림을 대충 바르거나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게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자외선은 크게 UVA와 UVB로 나뉩니다. UVB(자외선B)는 피부를 빨갛게 태우는 주범이지만 유리창을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반면 UVA(자외선A)는 창문을 가볍게 뚫고 실내로 들어옵니다. UVA란 파장이 길어서 피부 깊숙한 진피층까지 침투하는 자외선으로, 기미와 주름 같은 광노화(Photo-aging)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입니다.
창가 자리가 채광이 좋아서 선호되는 자리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그 햇살 속에 UVA가 섞여 들어오고 있다는 건 잘 생각 안 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는 분들의 왼쪽 얼굴이 오른쪽보다 더 빨리 노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창문으로 UVA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실내에서도 창문 가까이 앉아 있다면 자외선 차단은 필요합니다.
형광등이나 모니터 불빛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건 자외선과 무관합니다. 문제는 창문입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나가거나 출퇴근길에 받는 자외선도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됩니다. 미국 피부과학회(AAD)도 흐린 날이나 실내 생활을 하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바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덧바름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선크림은 바르고 나서 2~3시간이 지나면 피지, 땀, 피부 마찰로 인해 자외선 차단 성분이 상당 부분 소멸됩니다. 화장을 한 상태라면 덧바르기가 어렵겠지만,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된 수정 화장품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선크림 제대로 고르고 바르는 법
제가 정리해보면, 선크림 선택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SPF와 PA 수치입니다. SPF는 UVB 차단 지수, PA(Protection Grade of UVA)는 UVA 차단 등급입니다. 한국에서는 SPF 50, PA++++가 표기 가능한 최고 수치입니다. 어차피 정량보다 적게 바르게 되니 처음부터 이 수치가 가장 높은 제품을 고르는 게 현명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 화장품은 성분과 함량에 따라 차단 효과가 달라지므로, 소비자가 제품 표기를 정확히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르게 바르는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얼굴 전체에 바르는 적정량은 검지 손가락 두 마디 분량, 약 500원짜리 동전 크기입니다. 대부분 이것의 절반 이하를 쓰고 있으니 의식적으로 양을 늘려야 합니다.
- 외출 15~20분 전에 미리 발라두는 것이 권장됩니다. 유기자차 성분이 피부에 충분히 흡수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화장 중이라면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간 수정 화장품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 여드름성 피부라면 유기자차 위주의 제품을, 민감성이나 홍조 피부라면 무기자차 위주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 잘 맞는 제품을 찾았다면 굳이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품 교체 후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제품을 따라 샀다가 오히려 트러블이 생긴 경험이 있습니다. 피부는 정말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타인의 리뷰는 참고만 하고, 결국 본인 피부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내에서 창문 없는 사무실에 있을 때도 선크림을 발라야 하나요?
A. 창문이 전혀 없고 외출도 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굳이 바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점심 시간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간다면 그 짧은 시간도 쌓이면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형광등이나 모니터 빛은 자외선과 관계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Q. 선크림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는 게 SPF가 높아서인가요?
A. SPF 수치 자체가 트러블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트러블의 원인은 무기자차 성분이 많아서 모공이 막히거나, 유기자차 성분에 피부가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같은 SPF 50이라도 성분 구성에 따라 피부 반응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여드름이 심하다면 유기자차 위주의 제품으로 바꿔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화장을 한 날에는 선크림을 어떻게 덧발라야 하나요?
A. 화장 위에 선크림을 그대로 덧바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된 쿠션 파운데이션이나 선 파우더 같은 수정 화장품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차단 효과를 어느 정도 보완해줍니다.
Q.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중 어떤 제품인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성분표에서 산화아연(Zinc Oxide),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이 주요 차단 성분으로 표기된 경우 무기자차입니다. 옥시벤존(Oxybenzone), 아보벤존(Avobenzone),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Ethylhexyl Methoxycinnamate) 같은 이름이 보이면 유기자차 성분입니다. 다만 시중 제품 대부분은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어서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비율은 알기 어렵습니다.
Q. SPF 50 이상의 해외 제품을 써도 괜찮나요?
A. 미국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SPF 100까지 판매됩니다. 한국에서는 표기 기준상 SPF 50이 최고치이지만 그것이 해외 고SPF 제품의 사용을 막는 이유는 아닙니다. 단,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할 때는 소량씩 먼저 테스트해보고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선크림은 바르느냐 마느냐보다 어떻게 바르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오래 쓴 무기자차 제품이 내 피부에 꼭 맞는 선택이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내 피부 타입에 맞는 성분을 확인하고, 충분한 양을 바르고, SPF와 PA 수치가 가장 높은 제품을 찾아 꾸준히 쓰는 것. 거창한 스킨케어 루틴보다 이 한 가지를 제대로 지키는 게 피부 건강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피부 트러블이 심하다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kID5a71kz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