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양치질을 하면 잇몸 관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을 보다 송곳니 옆에 생긴 까만 삼각형 구멍을 발견하고 나서야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치약과 칫솔도 꽤 알아보고 구매하며 잇몸에 신경 쓴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장 기본인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블랙트라이앵글,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
블랙트라이앵글이란 치아와 치아 사이 잇몸이 내려가면서 생기는 삼각형 모양의 공간을 말합니다. 미관상 신경 쓰이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게 단순히 잇몸이 내려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아래 뼈가 녹아 없어진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과에서는 이 현상을 골흡수(骨吸收, bone resorption)라고 부릅니다. 골흡수란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 즉 잇몸 안쪽의 뼈가 점진적으로 녹아 사라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뼈 위에 잇몸 살이 덮여 있기 때문에 뼈가 내려가면 잇몸도 자연히 따라 내려가고, 그 결과 치아 사이에 삼각형 구멍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회사 생활로 스트레스가 심했을 때 잇몸이 심하게 붓고 염증이 반복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염증이 가라앉으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사실 그 시기에 뼈가 조금씩 녹고 있었던 것입니다. 골흡수는 어느 날 갑자기 확 일어나는 게 아니라 0.001mm씩 매일 진행됩니다. 통증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방치하기 쉽습니다. 잇몸 안에서 염증이 생기면 살이 부어올라 뼈가 녹고 있어도 겉으로는 모르고,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야 "잇몸이 내려갔네요"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 구강 질환의 상당수가 초기 증상 없이 진행되어 자각 시점에는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블랙트라이앵글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더 이상 진행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치약 선택, 마트에서 제일 싼 거 집어 드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와이프가 사다 놓은 걸 그냥 썼고, 화하고 시원한 느낌이 나면 잘 닦이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원한 느낌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치약의 핵심 역할은 충치 예방입니다. 잇몸 질환 예방은 치약보다 칫솔질 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충치 예방의 핵심 성분은 불소(fluoride)로, 불소란 치아 표면의 에나멜질을 강화하고 세균이 만들어내는 산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성분입니다. 치약 뒷면에 불소 함량이 ppm 단위로 표기돼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농도는 1450ppm입니다. 치과적으로 권장되는 수준이 1500ppm인 만큼, 1450ppm짜리를 고르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입니다.
양치 후 느껴지는 화한 느낌은 구강 점막을 자극하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덜 닦였어도 깨끗해진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냅니다. 또 거품을 내는 성분인 소디움 라우릴 설페이트(Sodium Lauryl Sulfate, SLS), 즉 계면활성제는 산과 반응할 때 이상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귤이나 오렌지를 양치 후에 먹었을 때 이상한 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SLS 때문입니다. 입안이 점막으로 이루어진 예민한 조직인만큼, 향도 없고 거품도 없고 맛도 없는 무자극 치약이 좋은 치약의 조건입니다. 뽀득뽀득한 느낌을 주는 치약일수록 연마제(abrasive)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연마제란 치아 표면의 이물질을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입자 성분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에나멜질을 마모시킬 수 있습니다.
좋은 치약을 고르는 기준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불소 함량 1450ppm 확인 (치약 뒷면 유효성분 첫 줄 확인)
- 소디움 라우릴 설페이트(SLS) 미포함 또는 최소화된 제품 선택
- 양치 후 화한 맛, 강한 향이 없는 무자극 제품 선택
- 연마제 과다 함유 제품 지양 (뽀득뽀득한 느낌이 강한 제품 주의)
칫솔질 방법, 저는 30년을 잘못 닦고 있었습니다
칫솔을 움켜쥐고 세게 좌우로 문지르는 방식, 대부분이 그렇게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칫솔질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면 답이 달라집니다. 칫솔질은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세균막, 즉 치태(齒苔, plaque)를 제거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치태란 세균과 그 대사산물이 치아 표면에 형성한 얇은 막으로,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굳어 치석(齒石, tartar)이 됩니다. 치석은 칫솔로는 제거할 수 없고 반드시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야 합니다.
올바른 칫솔질의 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부드럽게 닦는 것입니다. 칫솔을 연필 잡듯이 가볍게 쥐어야 손에 힘이 덜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칫솔이 손바닥으로 움켜쥐라는 듯 홈이 파여 있지만, 그렇게 잡으면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잇몸을 손상시킵니다. 두 번째는 입을 크게 벌리고 거울을 보면서 닦는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닦이는 척만 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치아 하나씩 따로 닦는 것입니다. 칫솔을 잇몸 방향으로 살짝 기울여 잇몸 경계선에 밀착시킨 후 작은 원을 그리듯 20회 정도 동그랗게 문질러 줍니다. 네 번째는 잇몸 깊숙이 칫솔을 넣는 것입니다. 치아 바깥면만 닦지 말고 칫솔을 잇몸 쪽으로 깊이 집어넣어 잇몸 경계면을 닦아야 합니다.
이 방식으로 제대로 닦으면 평균 10~15분이 걸립니다. 처음엔 팔이 아플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이 방식으로 바꿔봤는데, 처음 며칠은 어색해서 다시 습관대로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쯤 지나니 잇몸이 확실히 덜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 국립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에 따르면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구강 내 세균의 70~80%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치간 공간에서 발생합니다.
치아 사이 공간 관리에는 치간칫솔(interdental brush)이 필요합니다. 치간칫솔이란 치아와 치아 사이의 좁은 공간에 삽입하여 세균막을 제거하는 소형 칫솔입니다. 치실은 음식물 제거용에 가깝고, 세균막 제거에는 치간칫솔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사이즈가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압력이 느껴질 정도의 크기를 찾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블랙트라이앵글이 있는 부위는 더 큰 사이즈가 맞을 수 있습니다. 칫솔질을 먼저 충분히 하고 나서 치간칫솔을 사용하면 나오는 것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칫솔 고르기, 모양부터 털 끝까지 다 따져야 합니다
칫솔을 고를 때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보고 집었다면 저와 같은 상황입니다. 칫솔 선택의 핵심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손잡이 형태, 헤드 크기, 그리고 칫솔모 상태입니다.
손잡이는 연필처럼 각이 진 육각형이나 팔각형이 좋습니다. 연필 잡듯이 쥐어야 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칫솔은 손바닥으로 움켜쥐기 좋게 곡선으로 디자인돼 있는데, 이런 칫솔은 오히려 피해야 합니다. 헤드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것이 좋습니다. 칫솔 헤드가 클수록 한 번에 넓은 면을 닦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아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닦기 어렵습니다. 작은 헤드일수록 한 개씩 정밀하게 닦을 수 있습니다.
칫솔모는 밑에서 끝까지 굵기가 균일한 진짜 미세모를 골라야 합니다. 중간부터 끝이 뾰족해지는 형태는 진짜 미세모가 아닙니다. 그 뾰족한 끝이 잇몸을 미세하게 찌르면서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칫솔모가 촘촘하게 꽉 차 있어야 세균막이 잘 닦입니다. 플라스틱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한 칫솔은 효과가 절반입니다. 그리고 칫솔모가 옆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면 즉시 교체해야 합니다. 털이 옆으로 누우면 잇몸 경계면에 닿지 않아 세균막이 그대로 남습니다. 3개월 이내에 털이 벌어지면 힘을 너무 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랙트라이앵글은 치료가 가능한가요?
A. 한번 생긴 블랙트라이앵글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레진 등으로 공간을 메우는 미용적 처치는 가능하지만 뼈 자체를 되살리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칫솔질 관리와 정기적인 치과 검진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치약은 1450ppm짜리를 꼭 써야 하나요?
A. 최근 몇 년간 충치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치석이 자주 생긴다면 1450ppm을 권장합니다. 치과 검진에서 문제가 없고 관리 상태가 좋다면 1000ppm 정도도 유지 목적으로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소 함량이 낮은 제품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었다면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잇몸에서 피가 날 때 그 부위를 피해서 닦아야 하나요?
A. 피가 나는 부위일수록 더 닦아야 합니다. 피가 난다는 것은 그 부위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고, 염증 부위의 세균을 제거해 줘야 회복이 됩니다. 단, 세게 문지르는 게 아니라 아주 부드럽게 여러 번 닦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3일 정도 꾸준히 부드럽게 닦으면 출혈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치간칫솔과 치실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요?
A. 치간칫솔이 세균막 제거에 더 효과적입니다. 치실은 주로 치아 사이에 끼인 음식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치간칫솔로 닦은 뒤 그래도 음식물이 끼어 있는 부위가 있다면 그때 치실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순서가 좋습니다.
Q. 전동칫솔은 일반 칫솔보다 더 잘 닦이나요?
A. 전동칫솔도 올바르게 사용하면 효과적이지만, 세게 문지르는 습관이 있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잇몸 손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전동칫솔을 쓸 때는 칫솔을 이동시키는 힘을 최소화하고 칫솔 자체의 진동에 맡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관용 손으로 잡는 방법이 힘을 덜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잇몸 건강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악화되고, 생각보다 훨씬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블랙트라이앵글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 경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칫솔을 바꾸고, 치약 뒷면을 확인하고, 칫솔 잡는 방법부터 고쳐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10년 뒤 임플란트 비용과 맞바꾸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치과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잇몸 상태가 걱정된다면 반드시 치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OmBCM1ghvQ&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