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치매 예방 (인지예비능, 수면, 근력운동)

by My Simple Universe 2026. 8. 20.

말하려던 단어가 입 끝에서 맴돌다 사라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런 순간이 눈에 띄게 잦아졌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건망증이라 여겼지만,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치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회사를 그만두면 일단 스트레스가 줄고 수면도 늘어납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무조건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대화할 일이 없어지고, 새로운 자극이 사라지고,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는 단어인데 떠오르지 않았고, 하려던 말의 맥락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뇌가 굳는다는 표현이 이런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뇌과학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의 문제입니다. 신경 가소성이란 외부 자극에 따라 뇌의 신경 연결망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능력을 뜻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대화처럼 반응을 요구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면 시냅스, 즉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잇는 연결고리가 늘어납니다. 반대로 고립된 환경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하면 그 연결이 가늘어집니다. 저는 의도치 않게 후자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더 불편했던 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사회생활이 줄어들수록 변화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덜 쓰이면서 생기는 실제 변화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치매를 두려워하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태. 제가 정확히 그러고 있었습니다.

인지 예비능이 치매의 속도를 바꾼다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지예비능이란 뇌의 연결망이 얼마나 풍부하고 유연하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손상이 생겼을 때 버티는 완충력이 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뇌의 근력 같은 개념입니다. 같은 수준의 알츠하이머 병변이 뇌에 있어도, 인지예비능이 높은 사람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낮은 사람은 이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차이가 생깁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이태영 변호사의 사례가 자주 언급됩니다. 두 분 모두 85세 무렵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지만, 그 나이까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만약 인지예비능을 쌓는 활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훨씬 이른 나이에 증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치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발병 시점을 늦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활동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물론 효과가 있지만,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고, 합창단이나 동호회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강력한 자극이 됩니다. 대화는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반응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인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장 나쁜 상태는 혼자 처박혀 있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나쁜 것은 몸은 움직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같은 행동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제가 한동안 해왔던 바로 그 패턴이었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과 정신적 비활동은 인지 기능 저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지예비능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당장 누군가와 연락하는 것이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허벅지 1cm와 수면의 진짜 의미

몸의 근력 운동은 열심히 하면서 뇌를 위한 운동은 따로 챙기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근력 운동이 뇌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꽤 쌓여 있습니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이리신(irisin)이라는 신경 영양 인자가 있습니다. 이리신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혈류를 타고 뇌로 전달되어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시냅스 연결을 늘리는 단백질 물질을 뜻합니다. 여기에 더해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도 근력 운동 시 분비됩니다. BDNF란 뇌의 신경세포가 생존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물질로, 쉽게 말해 뇌를 위한 비료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허벅지 근육 1cm를 늘리는 게 노후 몇 억짜리 자산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치매 진단 이후 드는 간병비, 요양비, 사회 활동 중단으로 인한 기회비용까지 계산하면 허벅지 근육 하나가 실제로 큰돈과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헬스장이 부담스럽다면 집에서 벽에 기대어 뒤꿈치를 드는 동작이나 앉아서 발목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됩니다. 과한 목표보다 매일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습관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수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면 중에는 뇌 속에 쌓인 대사 노폐물, 특히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이 뇌척수액을 통해 제거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란 뇌 신경세포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로,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을 줄이면 이 청소 과정이 불완전해집니다.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의 수면이 권고되지만, 시간보다 질이 더 중요합니다. 자기 전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깊은 수면을 방해합니다. 저는 요즘 자기 한 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는 것만으로도 수면 질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핵심 생활 습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 수면 리듬을 유지하고, 자기 전 블루라이트 노출을 줄인다.
  2. 걷기나 대중교통 이용처럼 일상 속 유산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
  3. 벽 기대기, 발목 돌리기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매일 반복한다.
  4. 친구와의 대화, 모임 참여 등 사회적 연결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5. 새로운 취미나 학습을 통해 뇌에 낯선 자극을 꾸준히 제공한다.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치매는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입니다. 중앙치매센터의 자료에서도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실질적인 예방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두려워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무서운 걸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이렇게 흔한 패턴일 줄은 몰랐습니다.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분들 이야기도 한번 꺼내고 싶습니다. 치매를 앓는 가족을 대할 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는 예전 모습과 지금 모습 사이의 괴리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기억을 기준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오히려 양측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인성을 가진 다른 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상태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치매는 함께 걸어가는 병이지, 혼자 싸워야 하는 병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코르티솔이란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잉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장기간 높은 수치가 유지될 경우 해마를 비롯한 기억 관련 뇌 부위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난 못 할 거야', '저 사람은 왜 저래' 같은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반복되면 자기도 모르게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갑니다. 희망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데 나이 제한이 있나요?

A. 나이와 무관하게 뇌의 신경 가소성은 유지됩니다. 60대, 70대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회 활동을 늘려도 인지예비능은 실질적으로 높아집니다. 시작이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Q.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 환경에서 뇌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의도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화상 회의든 친구와의 전화든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 대신 상호작용이 있는 시간을 하루 한 번이라도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걸을 때 팟캐스트 대신 지인과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Q. 치매 예방에 수면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요?

A. 수면 중에 뇌는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청소합니다. 이 과정은 깨어 있는 동안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면 시간보다 깊은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며,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치매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인지예비능 관리가 의미가 있나요?

A. 진단 이후에도 꾸준한 인지 자극과 운동, 사회적 활동이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는 더 이상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병이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두려운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몸으로 느꼈고, 그게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잘 자고, 걷고, 근력을 키우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을 만나는 것. 지금 당장 거창한 것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거는 것, 그게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첫 번째 실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치매 예방 및 관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trM_qrKKSo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My Simple Universe